스타트업 데이터분석가의 입사 한달차 회고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나
정식 분석가로서의 경험이 길지는 않지만 그동안 내가 쌓아왔던 커리어에서 스타트업 제품에 대한 경험에는 자신 있었고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잘 쓸 수 있으면서 분석가로서의 스킬은 더 키워볼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었다.
사실 내 이력만 봤을때는 분석가로서의 포트폴리오랄것도 딱히 없었고, 깊은 분석보다는 얕은 분석 위주로 해왔어서 서류에서도 은근 많이 떨어졌다. 지금 있는 곳은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데이터분석가가 있었지만 데이터를 해석하고 프로덕트에 실질적으로 액션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는 분석가를 원했고, 서로의 니즈가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당연히 개발자로 받던 연봉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서도 정말 반토막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생각했던 것 보다는 기존의 경험을 인정해주는듯해서 합류하게 되었다.
모빌리티 도메인은 처음이라 좀 두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플랫폼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달동안 무엇을 시도했고 이뤘나
팀 빌딩
이곳에 오자마자 팀의 리드 역할을 맡게 되었다. 내가 합류하기 전부터 데이터분석가는 2명이 더 계셨지만 두분 모두 다양한 회사 경험이 아직 없으셨고 1~2년차의 주니어였다. 나도 사실 분석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일한건 처음이여서 팀 리드라는 역할이 다소 부담되기는 했었지만.. 그동안 스타트업에서 쌓았던 여러 경험들이 있어서 회사 입장에서 어떻게보면 자연스러운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내가 생각했을때 데이터팀의 역할과 책임을 바탕으로 로드맵을 만들었고 팀 내에서 진행중인 작업들을 카테고리화 해보니 각자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명확하게 파악이 가능해졌다. 스타트업 특징 상 인수인계를 받기가 어려워 노션과 슬랙을 오가며 히스토리를 열심히 찾았다. (슬랙이 활발하지는 않아서 크게 파악 가능한건 없었..)
파악할게 없다면 일단 최대한 찾아보고 직접 만들자는 생각으로 노션 정리를 했고 지금은 어느정도 정리가 된 상태이다. 지금은 로드맵을 기준으로 데일리 미팅으로 상태를 체크하고 우선순위를 수정하며 만들어나가고 있다.
조직 문화
우선 이곳에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이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와는 조직문화가 많이 달라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회사생활을 하며 느낀점은 나는 프로세스가 엉망이거나 일이 많은건 잘 견디지만, 조직 문화가 나를 포함한 구성원들의 성장을 저해한다면 그건 참기가 좀 어렵다.
그래도 개개인은 성장에 대한 의지가 있고 의욕도 있다는걸 알게된후부터는 억지로 문화를 세팅하는 것이 아닌(어차피 되지도 않는다) 몸소 보여주면서 효능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첫번째로 시도한 것은 공유하기 개발자로 일할때도 제품에 대해 궁금한 것 또는 공유할만한 것이 있으면 알리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을 좋아했다. 그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도 나에게는 큰 의미였다. 방금 언급한 이런건 어떻게보면 부차적인 것이겠지만 실제로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상태에 대한 공유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두번째로 시도한 것은 잡담 많이하며 가까워지기 나는 일도 결국 사람이 하는것이다보니 감정이 무조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잡담은 관계를 느슨하게 만든다. 딱딱한 분위기에서는 모두가 방어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슬랙에서도 대면으로도 잡담을 많이 하며 거리를 좁히고 있다.
데이터분석가의 영향력 키우기
그동안 분석가의 역할은 요청이 오면 데이터를 추출해주는 것이 메인으로 자리잡았던 것 같다. 분석가를 그렇게만 활용한다면 그 조직에는 데이터가 흐른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분석가는 제품에 기여하는 사이클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고 구성원들로 하여금 왜 제품을 만드는데 데이터가 중요한지 설득하고 싶었다. (데이터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데이터를 왜 봐야 하는지, 무엇을 봐야하는지도 명확히 정의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데이터 분석가를 활용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우선 현재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지표를 정의했고 대시보드를 만들어 구성원들에게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포인트는 어떻게 더 쉽게 설득하느냐 였던 것 같다.
한번 공유한다고 바로 피드백이 오지는 않았다. 공유를 했는데 이모지만 달고 이후에 더 보지 않는다면 왜 안볼까의 관점에서 고민을 했다. 설득이 부족했을수도 있고 최대한 쉽게 풀었지만 어려웠을 수 있다. 그렇지만 더 쉽게, 접근성을 높여서 여러번 공유하니 확실히 이전보다는 관심도가 많이 올라간 것이 느껴져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 만들기
많은 스타트업들이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 정말 그런지는 직접 들어가봐야 아는 것 같다. 규모 자체도 작고 제품도 초기 단계인 경우에는 데일리 미팅을 하고 기획 회의를 하는게 더 비효율적일수도 있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그 단계에서는 벗어나야 함을 느꼈다.
어떻게 하면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해나갈지에 대해 PO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내 경험을 기반으로 조언을 주기도 하며 함께 만들고 있다. 데일리 미팅을 가지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자주 체크할 수 있었고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는지 빠르게 파악이 가능해졌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회고를 제안했고 회고를 통해 더 잘할 수 있게 도우기도 했다.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은데 이건 다음편에.. 👋🏼)